한국의 '월드워Z'(2013)가 탄생할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2011)과 '사이비'(2013) 등으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은 연상호(38) 감독은 그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자 첫 번째 실사영화로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을 선택했다.

영화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창궐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대한민국에 긴급재난 경보령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안전한 도시 부산으로 가기 위해 KTX에 오른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작들에서 거칠지만 강렬한 터치로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온 연 감독이기에 상업영화감독으로의 변신은 새롭다. 그는 '부산행'을 찍기 전까지 수차례에 걸쳐 실사영화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었다. 그런 그가 실사영화를, 그것도 블록버스터 영화를 택한 건 그의 영화에 관심을 가져온 관객 입장에서는 의외의 선택이다.

연 감독은 "많은 배우와 영화 관계자분들, 기자들, 심지어 관객까지 내게 꼭 실사영화를 하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걸 끝까지 안 하겠다고 버티는 모양새가 좀 우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실사영화를 하게 된다면 전작들과는 다른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대표작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단편 '창'은 극도로 사실적인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에는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할 수 있는 이미지 같은 건 없다. 연 감독의 전작이 실사영화 같은 만화라면 '부산행'은 만화 같은 실사영화다. 좀비와 기차를 소재로 현란한 특수효과와 판타지적인 분장들이 전면에 드러난다.

연 감독은 "연상호한테 기대하는 게 아닌 다른 색의 영화를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특수효과가 쓰인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 이야기를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기할 점은 속도감이다. 시속 300㎞로 달리는 기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 좀비가 된 인간들과 이들에게 맞서야 하는 인간들의 추격전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부산행'에는 국내 최초로 LED 후면영사 기술이 도입됐다. 보통의 촬영은 컴퓨터 그래픽 효과를 집어넣기 위해 초록색 크로마키 판 안에서 기차 세트를 세운다. 하지만 '부산행'은 열차가 달리는 장면을 미리 촬영해놓고, 이를 300여개 LED 패널을 이어붙여 기차 세트에 부착했다.

연 감독은 이와 관련 "(한국 관객에게 '부산행'은) 이질적인 장르의 영화가 될 수 있으므로 리얼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리얼하게 촬영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공유·마동석 등 출연 배우들 또한 "초록색 판이 아닌 실제 영상을 보면서 연기할 수 있어서 더 실제처럼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작품에는 스타 배우들도 총출동했다. 공유·마동석을 비롯해 정유미·김의성·안소희·최우식 등이다. 연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와 관련 "대본에 없는 감수성을 캐릭터에 불어넣어 줬다"며 추어올렸다.

연 감독은 "'부산행'은 제작과정도 그렇고 나에게는 매우 큰 영화다. 너무 커서 감당을 못할 정도"라면서도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부산행'은 나의 세 번째 장편영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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