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에 위치한 한빛원전은 1986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6기의 원자로 중 2기는 웨스트하우스형(PWR), 2기는 최초의 국내주도형 원전(System 80), 2기는 한국 표준형 원전(OPR1000)을 적용해 다양한 원전을 운전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먼저 지어진 한빛원전 1, 2호기는 오는 2025년과 2026년 40년으로 설계된 수명이 만료된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소는 2024년이면 포화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한빛원전을 지난 13일 방문했다.

◆굴뚝 대신 둥근 원자로, 발전용량 국내 두번째

버스 창밖으로 ‘굴비 정식’이라고 붙은 식당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광군 법성포에 도착했다는 신호다. 법성포에서 10분을 더 가면 한빛 원자력발전소가 멀찌감치 보인다. 이전에는 영광원전으로 불렸지만 2013년 지역명칭이 들어가는 게 부정적이라는 의견 때문에 한빛원전으로 이름을 바꿨다.

화력발전소나 LNG발전소의 상징인 굴뚝 대신 둥근 원자로가 보인다. 정확히 6개다. 현재 한빛원전에서 가동되는 원자로는 6개, 발전용량은 5914MW에 달한다. 국내 4개 원자력 발전소 중 한울원전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광주, 전남, 전북에서 소비하는 전력량 631억kWh의 약 68%를 공급하고 있다.

국가 최고 보안등급이 적용되는 만큼 한빛원전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는 까다로웠다. 신분증 검사는 물론, 공항에서와 같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카메라는 반입이 안되고, 스마트폰도 카메라에 보안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한빛원전에 들어서자 둥그스름한 원자로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한빛원전 6호기 원자로까지 가는 길에는 변압기와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원자로 1기당 변압기는 주변압기 3대, 기동변압기 2대, 보조 변압기 2대가 배치됐다. 변압기를 통해 전압을 높인 전력은 신광주, 신남원, 신김제로 보내진다.

비상발전기가 있는 보조건물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침수를 막기 위해 기존의 출입구를 방수문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원전 한 호기당 7200kW급 비상발전기 2대가 배정됐다. 추가로 모든 비상발전기의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을 때 필요한 이동형 발전기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원자로 건물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맑은 날씨와 대비돼서인지 잿빛 원자로가 한층 칙칙해보인다.

“예쁘게 그림도 그리고, 색도 칠하고 싶죠. 근데 정기적으로 원자로 균열검사를 해야되다 보니까 함부로 페인트를 칠할 수가 없어요. 그나마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미관이 괜찮은 편입니다.”

오인교 한빛원전 홍보팀 차장의 설명처럼 원자로 건물 외벽에는 균열검사의 흔적인 듯 각종 숫자와 알수 없는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사용후핵연료 포화율 63%, 2024년이면 저장공간 부족 현실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저장소를 볼 수 있는 2층으로 이동했다. 전면이 투명한 유리로 된 방에 들어서자 밑으로 사용후핵연료가 담긴 저장수가 보였다. 깊이 12.7m 붕산수 속에 사용후핵연료 다발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언뜻봐도 남은 빈공간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핵연료 저장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한빛원전 6호기에는 총 1428다발의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644다발이 채워졌다. 핵연료 다발이 저장된 물과 기자가 있는 곳과의 거리는 불과 20m. 비록 물속에 핵연료가 있고, 유리창이 중간에 있다고는 하지만 안전한 걸까.

오 차장은 “붕산수 안에 핵연료가 담겨 있고, 핵연료에서 수면까지 8m 가량 되는 데다 보호유리가 있기 때문에 방사능 노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소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설치한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함부로 사용후핵연료를 옮기거나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치를 쥐하도록 감시하는 용도다.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열어볼 수 없도록 봉인해둔다.

한빛원전에는 사용후핵연료 9017다발을 저장할 수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5693다발을 저장해 포화율이 63%에 달한다. 이대로는 2024년이면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추가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야 하는데 정부 계획에 따르면 완공시점은 2035년이다. 정부는 최근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중간저장시설 운영 전까지 원전 내에 별도의 건식 저장시설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건식 저장시설은 물속에 핵연료를 보관하는 게 아니라 기체로 핵연료를 냉각해 콘크리트나 금속 차폐재에 보관하는 시설이다. 운영비용이 적고 관리도 용이하지만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 문제로 인해 영광군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어찌됐건 2024년 이후에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도 한빛원전에 저장되는 것이고, 저장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광 주민들은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공청회에 참석해 반대집회를 열기도 했다.

◆24시간 원전 안전에 총력,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도 확대

원전 6호기를 제어하는 주제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제어실은 원자로 제어, 보호계통 등 1차 계통과 터빈, 발전기계통 등 2차 계통을 감시·제어하는 원전의 ‘뇌’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점심시간에 방문한 탓에 주제어실 직원들이 내부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제어실 근무인력은 식사도 이곳에서 해야한다. 주제어실은 발전팀장, 안전차장, 원자로차장, 터빈차장, 전력설비운전차장 등 총 5명이 근무하는데 이들을 제외하고는 내부에 출입할 수 없다.

주제어실에서는 약 2000여개에 달하는 경보창,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은 점등이 되면 이상징후가 발생했다는 걸 의미한다. 원전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주제어실에서 가장 먼저 발견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처가 늦을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원전별로 주제어실을 그대로 본딴 시뮬레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송현진 한빛원전 차장은 “원전 운전원들은 1년에 2주간 12회씩 교육을 받도록 원자력법에 명시돼 있다”며 “평상시에도 시뮬레이터로 교육을 받고 실제 상황처럼 훈련을 실시해 사고발생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빛원전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라 부지 내에 14MW 용량의 태양광 발전단지도 운영하고 있다. 한빛원전은 2007년 3MW의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2012년 11MW를 추가했다. 현재 이용률은 31% 수준이다.

RPS는 500M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야 하는 제도다. 한수원은 의무공급 이행량 부족문제를 완화시키고자 1000억원을 투자해 원전 부지에 태양광 45MW를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빛원전도 추가적으로 부지를 마련해 태양광 발전을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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