庚山 곽기영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보국전기공업(주) 대표이사
庚山 곽기영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보국전기공업(주) 대표이사

미국의 3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존 F. 케네디가 일본 기자단과의 회견에서 가장 존경하는 일본 정치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기대한 도쿠가와 또는 마쓰시다 고노스케 등을 예상하였으나, 다수의 일본기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우에스기 요잔(上杉鷹山)입니다.’ 라는 의외의 답이 나왔다.

우에스기 요잔은 1900년 초 미국에서 출판된 ‘Representative men of Japan'라는 책에서 대표적인 일본인으로 소개되어 있다.

에도시대 중기인 1750년대 일본의 260여 번(소출 1만석 이상 내는 영토로 도쿠가와가 일본을 통일시킨 뒤, 가신들에게 나누어 준 지역)중에 하나인 지방의 번주에 불과함에도, 그가 소개된 이유는 당시 일본 대부분의 지방정부인 번(蕃)들이 재정 파탄(?) 상태였던 요네자와 번(蕃)을 젊은 영주인 요잔(鷹山)이 일대 개혁에 착수하여 중흥에 성공함으로서 그의 치적과 인물 됨됨이에 대하여 현군으로 또한 존경 받는 일본인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가 어떻게 어떤 개혁을 이루었기에 아직도 ‘요네자와 상거래’라는 말이 남아있고 지난 천 년 동안 일본을 빛낸 5명의 경제인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이 되어 있을까?

요잔이 막부로부터 임명장을 받아 돌아오는 길에, 번의 경계를 넘어 자신의 영토로 왔지만 궁핍한 백성들은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집들도 무너져 내려 마땅히 머무를 곳도 없어 노숙을 하였다.

아침에 다 꺼진 화로를 안고 꺼진 재를 뒤척이며 ‘요네자와가의 신세가 이 화로와 같구나.’ 하며 불을 이리저리 뒤적이다 조그마한 불씨를 발견하고 그 위에 새 숯을 올려 ‘후후’ 하고 불며 잘 보살피자 불씨가 살아나는 것을 보고, 이와 같이 백성을 위한 ‘희망의 불씨’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 불씨를 가지고와 뜻을 같이하는 이들에 나누어주며 개혁을 확산시켜 나갔다.

먼저 솔선수범으로 근검절약하여 하녀수를 50명에서 9명으로, 번주의 비용을 1500량에서 200량으로 줄이고, 무명옷을 입으며 식사는 국 한 그릇에 반찬 한 가지로 제한하고 가신인 무사들에게도 절반으로 급여를 줄였다. 특히 본인의 장애인 부인의 하녀까지 줄였다. 무위도식하던 무사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논밭의 개간, 뽕나무, 닥나무, 옻나무 등을 집집마다 심게 하고, 성의 모든 하녀, 무사, 가신들의 아내들도 ,양잠, 직조, 직물 등의 기술을 습득하게 하여 전국적인 명성의 요네자와 비단의 역사가 여기서 시작되었다.

개혁의 지속을 위하여 교육기관인 흥양관(興養館)을, 약초재배를 위한 약초원을 개원하고, 의학학교인 호생당을 세웠으며 가신들에게는 네덜란드로 양의를 배우게 유학을 보내기도 하였다.

35 세에 우에스기 요잔은 막부로부터 빌린 모든 돈을 다 갚고, 요네자와 번주에서 물러나면서 ‘전국(傳國)의 사(辭)’, 즉 나라를 다스리는 마음가짐을 다음 번주인 우에스키 하루노리에게 남겼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국가는 선조로부터 후손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결코 자신의 것으로 하여서는 안 된다.

둘째, 백성은 국가에 귀속되는 것으로 결코 자신의 것으로 하여서는 안 된다. 셋째, 백성을 위하는 번주이어야 하고, 번주를 위하여 백성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요잔은 백성을 위한 정치 즉 국리민복 민본사상에 뿌리를 두고 정치를 실행하였다. ‘가신이 모두 적으로 변해도 두려워하지 말라. 하지만 백성을 사랑하라, 그러면 신하가 반대하여도 백성은 우리를 지지할 것이다." 이는 정치의 목표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웅변으로 보여주는 그의 어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문민정부 초기에 우에스기 요잔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불씨’를 많은 공직자들에게 배포하여 이를 롤 모델로 개혁을 추진하였지만 기득권 세력을 설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측근 관리의 실패 및 개혁 주도세력의 부패와 방향감각 상실로 최악의 경제침몰의 위기를 초래하였다.

우리의 경제도 2006년 2만 불을 넘긴 후 일본은 4년 만에, 주요선진국들은 5~6년 만에 3만 불 진입하였지만, 11년째인 올해도 3만 불 넘기기가 어렵다고 한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하면? 우리나라를 3만불 시대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세상을 바꾸자’는 거대한 슬로건 보다 덕치, 신뢰, 위로의 정치로 위정자들이 솔선수범 한다면, ‘선진화법’ 없이도 보다 빠르게 세상은 선진화 되지 않을까?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화두이다.

참고로 요네자와 상거래란 요네자와에서는 상점의 물건에 가격표만 붙여두고 주인이 없어도 고객이 물품대금을 지불하고 상품을 가져가는 신용거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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