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주) 대표이사 
제주 전기차 에코랠리조직위원회 위원장
박규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주) 대표이사 제주 전기차 에코랠리조직위원회 위원장

드디어 아름답고 고마운 길인, 제주 올레 26개 코스 430여 km를 완주하고 지난주에 완주증명서와 기념메달을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받았다. 처음에는 끝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일부러 말을 앞세우기도 했던 성긴 목표였는데, 8개월 만에 주말을 이용해 아내와 함께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느끼는 알찬 성취로 바뀌었다. 제주를 한 바퀴 돌고 우도, 가파도, 추자도를 경관에 매료되어 경쾌하게 때로는 지루하게 걸으며 마주친, 땀으로 정을 나누며 격려해 준 올레 꾼과 맛 집 주인, 정을 나눠 준 동네주민 등 모두에게 감사한다. 시간과 건강 그리고 부부의 마음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해서 그런지 한 해 400여 명이 완주증을 받지만, 부부가 같이 마치는 경우는 10쌍 전후라니 그래서 더욱 의미가 컸고 무엇보다 걷는 것에는 자신이 생겼다는 건강체로 변한 아내에게 고맙다.

도전과 응전이 역사라는 아놀드 토인비 박사의 말처럼 개인도 누구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응전하며 자신의 역사를 써 나간다. 이를 의식하는 이도 있고, 그냥 살다 보니 자신의 현재 그림을 그리는 이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목표를 가진 경우가 성취의 높이와 폭도 커짐은 자명하다. 목표를 가진 20%의 사람 중에 그 목표를 기록한 2~3%의 성공인이 전체 부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많은 명작이나 철학적 사고가 걸음을 통해 생각하고 그 흔적인 사유가 글로 남겨 져 우리들이 고전으로 접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만큼 걷기명상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고 활력소를 주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루 평균 20km 정도를 걸으면, 몸과 마음의 반응도 달라진다. 7~8km를 걸을 수 있는 골프와는 전혀 다른 어쩌면, 젊은 시절 군에서 하던 행군의 느낌이다. 아름다운 숲과 오름, 수목, 잡초, 수많은 꽃, 청아한 새소리 때론 빗소리도 몸과 마음에 정화를 가져다준다.

걷기가 주는 성취고 미학이다.

우리가 여행을 할 때 차량으로 다니는 것은 어쩌면 갔다 왔다는 점을 찍는 것이라면, 올레 걷기는 선을 그리고 면을 보게 되는 그리고 마음껏 펼치는 상상의 나래를 통해 입체를 그려 볼 수 있다. 내가 졸저 「소담한 생각 밥상」에서 말한 點, 線, 面의 이론이다. 우리의 지식도 단순한 암기인 점을 넘어 선과 면을 통해 입체적 이해를 해야 진정한 나의 지혜가 될 수 있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단편적 지식을 넘어 입체적 지혜로 무장한 진정한 전문가의 시대인 성숙된 사회를 기대해 본다.

학교교육의 문제점이 우리 아이들을 진학위주의 사지선다형 인간으로 만드는데 있음은 뜻있는 이들이 모두 알고 있듯이 말이다. 미국의 고교 교육이 Good citizen(훌륭한 시민)을 육성함에 있음과 너무나 큰 차이다.

추자도를 걸으며, 숙소에서 주인과 나눈 얘기는 덤의 수확이다. 고려 말 원나라의 牧胡들이 일으킨 난을 진압하러 가다 풍랑을 만나 들린 추자도에서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 칭송 받는 최영 장군이 제주에서는 크게 인정받고 있지 않는 얘기며, 이데올로기가 낳은 비극으로 황사영 백서를 통해 알고 있는 관노로 귀양 가며 두 살배기 아이를 바닷가 돌 위에 두고 떠난 정난주님의 한 많은 삶과 그 아들 황경한 가족의 슬픈 이야기와 멸치가 추자도에 와서 산란을 하고 남해로 가기 때문에 추자 멸치가 최고이고 이를 뒤 쫓아 오는 조기와 조기 풍년이 가져 온 波市 이야기 등 정말 칼럼 몇 개는 쓸 분량이며, 의미 있는 스토리이다.

올레 한 바퀴라는 목표를 이루고 건강과 조그만 기부를 통해 얻은 마음의 여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것이다. 걸으며 생각한 것을 20개의 칼럼으로 여성신문을 통해 소개한 것도 덤의 수확이고, 여러 성취와 성과를 거둔 삶이었지만, 올레 완주는 앞서 말한 졸저를 마무리한 것에 이은 인생의 두 번째 큰 성취며 기쁨이다.

그간 한라산과 올레를 걸으며, 축적한 氣로 모여 새로운 도전의욕이 생긴다. 우려와 격려 속에서 큰 조직에서 바쁜 생의 한 매듭을 정리하고 조금은 한갓진 제주생활을 시작한지 10개월째다. 지가상승에다 인구증가, 삶의 바로미터인 景氣까지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제주의 山河에 대한 사랑과 도전적인 업무 그리고 조직논리에 함몰되지 않고 주도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신생기업에 매료되어 새로운 業에 도전하였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무한한 비전을 품고 목표를 향해 착실히 전진하고 있다.

한 번 주어진 인생에서 삶을 허비할 시간은 많지 않다. 부인할 수 없는 인생 100세 시대이다. 일찌감치 마치 인생을 졸업한 양 뒷방 노인네 행세하려는 친구들을 본다. 아니다. 도전이 있어 아름다운 게 인생이다. 할 일 없으면 봉사활동이라도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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