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

최근 강남역 화장실에서 여성을 살해한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시끄러웠다. 토막살인, 부모와 자녀간의 살인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정보통신 발달로 전국 곳곳의 사건사고가 신속하게 모든 국민에게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전국 곳곳의 잔인하고 극악한 사건, 정신적 장애자의 행동에 대해 낱낱이 알아야 할까. 불편한 내용의 뉴스를 듣기 싫어 저녁 8시, 9시 골든 타임에 동물의 왕국이나 자연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도 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정치인 모두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 필요가 있나. 아름다움을 더 많이 알리고 일상의 행복한 삶이 추구될 수 있는 내용을 더 많이 공유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정치는 물론 언론, 나아가 사회의 모든 의사결정의 최고 우선 순위가 일상 삶의 행복에 더 맞추어 질 수는 없을까. 아름다움을 더 많이 보도하기 위해 TV 뉴스나 언론에 일정 수준의 아름다운 뉴스 보도를 의무화시키는 할당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토막 살인, 비속 및 존속 간의 살인이나 사건, 제자와 스승 간의 학대 등과 관련한 보도의 양을 어느 정도 정해두고 억제하면 좋겠다. 어린이 집 교사가 아이 때리는 동영상은 아직도 계속 카톡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8시 저녁시간 프로그램은 대부분 비현실적인 내용의 드라마들이다. 대가족이 모여 살면서 지나치게 나쁘게 묘사되는 시어머니 상, 과도한 가족간의 간섭, 출생과 가족관계가 너무나 복잡한 내용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줄거리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어 비상식적인 경우가 너무 많다. 게다가 늦은 밤 시간대에는 저녁 시간대와 달리 불륜과 지나친 자유방임주의적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언론보도는 물론 정치, 사회적 의사결정에서 일상의 행복한 삶이 최고 우선 순위가 될 수는 없을까. 생활 불편 100가지, 500가지 등을 정해 두고 해결방안을 머리 맞대고 고민하는 것이 뉴스로, 언론 보도로 제작되어 소시민이 작은 행복을 누리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생활불편을 해소하는 것에 둘 수는 없는 것인가? 죽기 전에 주말에 차가 막히지 않는 전국 아름다운 곳을 쉽게 가볼 수는 없는 것인가? 대민 업무를 하지 않는 연구소나 특정 기업의 경우 토요일 종일 일하는 대신 수요일이나 목요일 쉼으로써 주말 교통체증을 면하게 할 수는 없을까. 아름다운 전라도와 경상도에 여행을 좀 가려해도 서울에서 벗어나는 데에만 1시간, 2시간이 걸리다 보니 해외로만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 이리 막히면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것인가?

불편함은 너무 많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나라에서 신축하려면 30가지, 50가지 법이 적용된다는 말이 들려온다. 허가를 받는데 수 개월 기다려야 하고, 아예 신축가능여부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해결 방법은 없나. 건축물의 신축, 증축, 시설개선 등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것을 신속하게 one stop 서비스 받을 수는 없는 것인가?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이고 인구는 많은 상황에서 모든 논과 밭 그리고 주택 등이 맹지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규제가 많고 적용되는 법이 너무 많다보니 매사가 되는 것 보다는 안 되는 것이 많고 그러다 보니 땅 값이 비싸고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웬만한 곳이면 전원주택 정도는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건물과 주택 주변 길가에 사유지라는 이유로 자투리 땅에 길보다 높은 시멘트를 시공한다거나 장애물, 심지어 무거운 화분을 두어 차량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주차는 사유지니까 못하더라도 통행은 할 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와 관련한 많은 삶의 불편함에 대해 머리 맞 대고 논의하고 절충안을 찾는 것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책의 우선 순위가 될 수는 없는 것인가? 조금이라도 민원이 발생하고 조금이라도 책임질 소지가 있으면 방어적 행정만 펼쳐야 하는 공무원의 입장을 감안하여 조정과 논의가 가능한 시스템, 또는 제 3 논의기구를 두어 시민의 편의를 추구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일상 삶의 아름다운 사건을 더 많이 알리고 일상 행복한 삶이 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언론 및 TV 뉴스 및 프로그램이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일상 행복한 삶과 관련한 정책과 지원이 정치인의 최고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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