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 열린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 연구용역 결과 공청회’에서 석유공사 및 광물자원공사, 공공노련 등 노조관계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일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 열린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 연구용역 결과 공청회’에서 석유공사 및 광물자원공사, 공공노련 등 노조관계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2015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15년 4조5000억원, 광물자원공사는 2조636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과 광물가격 하락이 반영되면서 양사 모두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석유공사의 경우 최근 5년간(2011~2015) 모두 손실을 기록했으며, 5년간의 손실 합계가 무려 7조9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2014년엔 1조6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4조 5000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폭등했다.

광물자원공사도 2012년에는 적자가 211억원 수준이었지만, 2014년 2634억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지난해는 2조원을 상회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천문학적 손실과 관련해 정부는 자원공기업의 구조조정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해외자원개발 기능 이관= 20일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 열린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 연구용역 결과 공청회’에서 연구용역을 수행한 송태인 딜로이트안진 전무는 석유·가스 자원개발 개편 방안으로 ▲석유 자원개발 기능 민관 이관 ▲석유 자원개발 전문회사 신설 ▲석유공사 자원개발 기능을 가스공사로 이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통합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송 전무는 “현재 광물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은 무려 6905%에 달하고 석유공사도 453%로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다”며 “자원개발 역량과 사업관리 역량도 글로벌 메이저사들과 비교해 매우 부족해 기능이관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송 전무는 일본의 석유공사격인 JNOC의 사례를 거론하며 “JNOC도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금융기능이 부실화되고, 성공불융자 변제율이 낮는 등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하고, 내부 거버넌스의 비효율 등으로 JOGMEC(자금공급과 연구개발), INPEX(자원확보 및 공급)로 회사로 쪼개졌다”며 “우리나라도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있어 민간자본 참여의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전무는 “다만 이번 개편안은 당장 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개편방향을 담은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라고 선을 그엇다.

◆자원공기업 부실, 공기업만의 탓은 아냐...정부 책임론=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와 수년 간 국정감사에서 MB정부의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야당 의원들은 MB정부의 잘못된 투자와 대규모 손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던 박근혜 정부의 잘못 관리로 인해 손실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고 지적해 왔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많은 전문가들과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노조원들은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 채 모든 책임을 자원공기업에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공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은 빵 셔틀에 비유할 수 있다”며 “정부가 20원만 주면서 100원짜리 사업을 하라고 했고, 하필 운이 나쁘게도 유가가 하락하면서 부실이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정부가 하라고 하면 무조건 하는 공기업 문화도 잘못됐다”며 “무리하다는 판단을 했으면서도 자기 임기 내에만 일이 안 터지면 된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으로 임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신 교수는 “자원개발사업은 위험성이 높고. 불안감도 크지만 반대로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며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민간기업에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해외자원개발사업, 공기업 체제 유지해야= 이재웅 석유공사 기획예산본부장은 “석유개발사업의 경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서 국영공사 체제를 유지해 왔던 것”이라며 “석유공사가 부채 중심의 자금조달을 하다 보니 부채가 늘어났지만, 지금처럼 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도 손실을 입고 있는 만큼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일본의 JNOC의 사례를 들어 석유공사의 해외사업기능의 민간이관을 주장하고 있지만, JNOC도 민간자본의 참여를 늘였음에도 불구하고 저유가 시대를 맞아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다”며 “사업관리 측면에서는 분명 민간이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석유개발 사업은 특성상 정책적인 일관성과 대규모·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해 민간 기업이 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시장이 형성되면 민간 기업의 투자는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어 자산플레이를 할 정도의 규모가 될 때까지는 국영기업 체계를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또 “지금과 같은 저유가 시대에 자원개발사업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일본과 중국은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때에 석유공사의 해체 얘기가 나오면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불신만 높아지고, 해외자원개발 사업도 4~5년 이상 뒤쳐진다”고 지적했다.

이정기 광물자원공사 기획관리본부장도 “국제 광물가격 전면 하락으로 큰 손실을 입게 돼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다만 이번 개편안처럼 광물자원공사가 해외자원개발에서 손을 뗄 경우 국내 자원개발 사업역량은 큰 손실을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워낙 리스크가 커서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하고 있다”며 “민간기업만 수행할 경우 수익성 위주의 사업만 해서 정작 필요한 광물자원을 제 때 공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효준 가스공사 해외사업처장은 석유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가스공사로 이전하는 방안이나 두 회사 간 일대일 통합하는 방안과 관련해 “상류부문 자산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 할 중복투자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석유공사의 재무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통합은 가스공사의 경영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또 가스공사는 상장돼 있는 회사여서 민간 주주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고, 만일 통합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경우 가스공사가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신인도나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도 “자원공기업들의 부실 원인은 정부의 과도한 성과위주의 정책과 공기업의 무리한 투자, 국제유가가 어우러진 것”이라며 “단순히 공기업 체계가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어서 중장기적으로는 민간기업 위주가 바람직하지만, 당분간은 공기업 체제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정부는 목표만 제시하고 공기업은 자율과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중요하다”며 “단순한 기능의 민간이양은 에너지안보라는 목적을 포기하는 것과도 같다”고 덧붙였다.

◆자원공기업 체계 개편이후 투자확대 방안 논의 필요= 해외자원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민간기업들도 당장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기능을 민간으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강성욱 포스코 원료실 그룹장은 “포스코의 경우 철강회사여서 광물자원 중 철광석과 제철용 석탄에만 관심이 있다”며 “2013년 이후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고,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신규 투자를 일으키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강 그룹장은 “기본적으로 자원개발사업은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를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조세지원 등 우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응규 LG상사 석유사업부 상무도 “자원개발사업은 전문인력과 노하우가 필요한데, 공기업들은 30년 넘게 쌓아 온 경험과 인력이 있어 이를 사장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라며 “자원개발에 있어서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협력관계여서 공기업들의 상황이 않 좋아지면 민간들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이번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안에는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해줄 것인가에 대한 얘기는 없고, 단순히 공기업의 기능을 민간기업으로 이전한다고만 언급해 아쉽다”며 “일부에서는 성공불융자지원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고 하는데 지금껏 단 한 번도 성공불융자제도 때문에 투자를 쉽게 결정한 적이 없고, 정부가 정말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 성공불융자 등의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도 “이번 개편안에 돈에 관한 얘기가 전혀 없다는 점에 놀랐다”며 “자원공기업 체계 개편 이후 어떻게 투자를 늘리고, 그를 통해 뭐가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 없이 단순히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만 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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