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내 새로운 전기차 출시...테슬라 안 두렵다”

전기차 시장 만들어지기 전까지 지원방안 확대해야
전기택시가 시장 확산 열쇠, 르노삼성이 유일한 공급사
새로운 전기차 비즈니스 모델 만드는 작업도 이미 착수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르노닛산 그룹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이미 30만대의 전기차를 전 세계에 팔았다. 르노닛산은 아시아 전기차 시장의 전초기지로 한국,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를 선택했다. 르노삼성은 2013년 10월 SM3.Z.E를 출시하고 국내 시장에서 34%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국내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1043대로 국내 1위를 기록했다.

지난 4월 르노삼성은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영업본부장 출신 박동훈 사장이 주인공이다. 프랑수아 프로보 전 사장은 중국 르노차이나 총괄 겸 동펑르노자동차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동훈 사장은 “남이 하던 대로 하지 않고 틈새시장을 노려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전기차 사업도 그 일환으로, 유일한 전기택시 공급업체로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최초의 르노삼성 CEO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르노그룹은 박동훈 사장이 한국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전기차 부문 사업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 르노삼성의 첫 한국인 CEO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다소 늦었지만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중요한 시기에 르노삼성 첫 한국인 CEO로 부임했습니다. CEO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지만 그 이전에 르노삼성 모든 임직원 여러분들과 기쁨과 희망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르노그룹이 한국인 CEO를 선임한 것은 그만큼 르노삼성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전임 사장인 프랑수아 프로보 CEO의 리더십 아래 P32R, QM3, 그리고 최근에는 SM6까지 여러 프로젝트들을 성공시켰고, 통상임금, 호봉제,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사대타협을 바탕으로 부산 공장의 경쟁력을 회복했습니다. 르노삼성 임직원 모두의 땀과 노력이 없었더라면 결코 달성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 최초 CEO 선임의 일등 공신은 바로 임직원 모두라고 생각합니다.”

◆QM3에 이어 SM6까지 잇따라 출시한 신차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요. 비결은 ㅁ웟입니까?

“영업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르노삼성이 자신감을 되찾는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먼저 우리에게는 우수한 제품이 있다는 인식을 내부적으로 확산시키려고 했어요. 직접 영업사원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르노삼성을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구해낸 QM3를 성공적으로 한국에 데뷔시켰습니다. 당시 부산공장의 생산이 절반으로 줄면서 임직원들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지만 QM3 덕분에 활로를 찾을 수 있었죠. 영업현장에서도 자신감을 되찾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 기존에 하던 대로, 남이 하던 대로는 절대로 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디젤 중형차 SM5 디젤과 LPG 시장 틈새를 노린 차종으로 새로운 시장들을 만들어 낸 것이죠. 덕분에 최근 판매를 시작한 SM6도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기존 중형차의 개념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중형 세단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3년 출시된 SM3 Z.E.는 지난해 국내에서 1043가 팔렸다
2013년 출시된 SM3 Z.E.는 지난해 국내에서 1043가 팔렸다

◆르노삼성은 수년간 국내 전기차 시장을 견인하며 앞장서왔습니다. 르노그룹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 정부의 전기차 보급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죠. 차량 가격의 절반에 가까운 구매 보조금, 중장기 전기차 보급 로드맵을 검토한 결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배터리 기술, 그리고 전기차를 운행하기에 적합한 좁은 영토 등이 전기차 사업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 산업에 오랫동안 몸담아 오신 전문가시죠.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판매전략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시다시피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를 파는 것과 완전히 다릅니다. 전기차는 정부 보급 계획과 충전 인프라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죠.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차량과 함께 인프라에 대한 솔루션도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차량만 판매하면 되는 내연기관차와는 전혀 다른 준비가 필요한 거죠. 오랫동안 자동차를 판매해왔지만 전기차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나 마찬가지이고, 하나의 인프라이므로 차를 판매하는 세일즈맨의 영업방식도 달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르노삼성은 세일즈맨 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사후관리도 더욱 더 신경쓰고 있습니다.”

◆전기차 판매량은 르노삼성이 1위지만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하며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지요. 르노삼성도 SM3 Z.E. 이후 차기 모델 출시 계획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터리 기술입니다. 배터리의 효율을 향상시켜서 주행거리를 늘려야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현대차가 내놓은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와 큰 차이가 없는 같은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위협은 되지 않습니다. 르노삼성은 향후 2~3년 내에 효율이 높은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내놓겠습니다.”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은 과도기를 맞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새로운 모델 공개와 함께 전기차 충전요금 유료화가 맞물리면서 전기차 시장도 위축됐는데요. 위기를 타개할 르노삼성의 복안이 있으신지요?

“제가 기회가 될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선 전기택시 보급이 매우 중요해요. 르노삼성은 일찌감치 전기택시 실증사업을 통해 확보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전기택시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60대, 대구시에서 50대의 전기택시가 운행 중이고, 제주도에서는 배터리 교체형 전기택시를 공급했습니다.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는 다른 기업에 없는 저희 르노삼성만의 자산이고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또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예정입니다.”

르노삼성이 서울시에 공급한 SM3 Z.E. 전기택시
르노삼성이 서울시에 공급한 SM3 Z.E. 전기택시

◆국내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급정책, 충전문제, 관련 생태계 조성 등이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초기 전기차 시장 형성이 중요한데 아직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충전요금 유료화 등의 정책이 시행되면서 주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조금 정책뿐만 아니라 초기 구매자에게 전기차 운행 혜택을 제공한다면 시장이 조금 더 빨리 열릴 수 있겠죠. 대표적으로 전기차의 버스전용차선 이용, 전기택시 감차 대상 제외, 충전요금 유료화 한시적 유예 등 추가적인 전기차 육성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합니다.”

◆전기차 하면 테슬라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지요.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지만 테슬라의 전기차가 국내에 들어온다고 가정했을 때 르노삼성의 대응전략이 궁금합니다.

“2~3년 후, 그것도 국내에 출시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차량 때문에 현재 진행하는 전기차 보급이 늦어지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출시계획으로만 보면 르노삼성도 2~3년 내에 주행거리가 향상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거든요. 이미 판매, AS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르노삼성과 아직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는 업체를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은 차량을 판매하는 것과 더불어 충전사업, 전기차 관련 부가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르노삼성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으십니까?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다른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르노삼성은 관련 업계와 협력해 시장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일례로 현재 카쉐어링 비즈니스를 위해 해당 업체에 차량 데이터를 적극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르노삼성, 그리고 박동훈 사장님께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전기차 시장의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리더라는 것은 판매 볼륨 측면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을 만들어나갈 역할을 해야합니다. 또 SM3 Z.E.로 진행하고 있는 전기택시 시장뿐 아니라 트위지를 통해 만들어나갈 관광지 이동수단, 카쉐어링, 우체국, 배달 차량 등도 추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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