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규 산업부 전기위원장
오태규 산업부 전기위원장

전력망(Power-Grid)은 발전과 부하를 연결하는 전력선(Power-Line)으로써 송·배전 시스템(Transmission and Distribution System)이 격자(Grid) 형태로 복잡하게 성장하며 전력시스템에 붙여진 이름이다. 현대 전력망은 교류송배전 방식을 기반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며 20세기 전기혁명을 위한 에너지 보급선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한 교류방식의 전력망에서 교류계통의 시스템적 속성에 기인한 문제점들이 대두하였으며 이를 해결하기위한 유연송전시스템 기술이 개발되고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의 상용화가 이루어졌다. 이후 전력망은 지속적 변화 과정에 있으며 그 핵심에 스마트그리드와 슈퍼그리드가 있다.

스마트그리드의 개념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계층적 구조 관점에서 접근해야 이해하기가 쉽다. 발전 측면에서는 신재생에너지원의 전력망 접속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이다. 왜냐하면, 신재생에너지원에 의한 발전은 기존의 발전방식에 비해 전기의 생산이 불규칙적이며 전기의 품질이 균질하지 않기 때문에 전압조절장치 및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과의 연계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원이 전력망에 주게 되는 악영향을 보완·개선하고 운영의 최적화를 위한 대책으로써 스마트그리드가 유용하기 때문이다.

송전 측면에서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교류송전망의 유연성 개선을 통해 설비이용율과 시스템적 안정성을 제고하고 사고 후 전력망의 복원성을 개선하여 송전망의 신뢰성의 제고와 경제성의 향상을 위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안(Option)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원의 전력망 접속 규모가 상당한 규모에 이르게 될 때 예상되는 전력망의 복잡·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송전망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운영을 위해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전 및 판매 분야에서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발전 및 송전 분야에 비해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여 에너지프로슈머 거래시장 등 에너지신산업 시대를 열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그리드의 한 분파인 마이크로그리드는 신재생에너지원과 ESS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도서지역과 같이 고립된 지역의 새로운 전력공급체계 형태로 부상하고 있고, 빅 데이터 및 IoT 기술의 적용은 전기이용합리화 기술을 혁신적으로 변화 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슈퍼그리드는 유럽 대전력망국제회의(CIGRE)에서 북해풍력발전과 북아프리카 태양에너지발전과 같은 대규모 재생에너지원의 중심지역과 전력망의 주요지점을 연계하는 HVDC로써 제안되었다. 기존의 전류형 HVDC가 발전단지와 부하중심지 간 장거리 대용량 송전, 혹은 ‘Back-to-Back’과 같이 ‘Point-to-Point’ 방식인데 비해 슈퍼그리드는 전력망 구성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전압형 HVDC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HVDC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DC 차단기의 상용화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편, 슈퍼그리드는 기존의 전력망위에 추가(Overlay)로 구축되는 전력융통의 슈퍼 하이웨이(Super Highway)같은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 모든 국가가 교류송전망으로 연계되어 있고 북미대륙이 통합된 전력망으로 연계되어 있으나 교류 전력망을 통해서는 특정 지점 간에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양 만큼의 전력을 융통하는 데는 시스템적인 제약이 크므로 별도의 직류송전망을 통해 융통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그 유용성이 검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국 및 러시아와는 계통 주파수가 달라 HVDC 연계가 불가피하며, 또한 러시아, 중국, 우리나라 전력망간의 전력융통을 고려할 때 HVDC 연계가 바람직 할 것이므로 이에 필수적인 기술의 체계적 개발이 긴요하다.

파리기후협약 이후 에너지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가 전력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에너지신산업은 전기의 생산과 소비 관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에너지 효율의 향상과는 별도로 전기자동차, 정보화 기기의 보급 확대 등에서와 같이 에너지 소비가 전기형태로 전환되면서 전기소비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전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든 대부분의 전기는 스마트그리드와 슈퍼그리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될 것이다.

스마트그리드와 슈퍼그리드에 대한 창의적 연구가 지속되어야 하는 소이연(所以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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