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제로 원년…에너지 자급자족 시대 개막

2045년 1월 전 세계는 에너지분야에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EU는 2045년을 시작하면서 화석연료 제로를 선언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총회 이후 화석연료를 꾸준히 줄여나간 결과 30년 만에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벗어나, 태양과 풍력 등 신재생을 이용해 에너지를 100%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다. 국가간 연결됐던 그리드(전력망)도 이제는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각 가정은 물론 상업, 산업시설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했다 저장해 사용하는 에너지자급자족 시대를 열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사용국인 미국도 더 이상 화석연료를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화석연료에 비해 저렴해 지면서 대부분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마쳤다. 일부 원자력, 화력발전소가 예비전원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가동되고 있지만, 수명을 다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원자력과 화력에 대한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2026년 천지원전 4호기를 끝으로 원전건설은 중단됐지만, 수명을 20년~30년 남겨놓은 원전 10기가 가동 중에 있다. 그렇다고 원전이 예전처럼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석탄화력도 설계수명이 남은 10여기를 제외하고 모두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신재생을 이용한 발전이 늘고, 에너지저장기술이 발달하면서 소규모 분산형 전원 시장이 급속히 커져, 당진 보령 등 서해와 울진, 고리 등 동해에 건설된 대규모 발전단지를 어떻게 처리할 지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몽골 고비사막 태양광 단지와 러시아 극동지역 수력단지에서 대규모 전력을 생산해 지난해 구축한 HVDC선로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 전력을 공급할 경우 각 국이 운영 중인 화석발전 단지는 운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 신재생 설비 비중 40% 넘겨

한국신재생에너지공사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누적 설치용량은 6000만kW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2012년 전체 전력설비의 3%에 불과했던 신재생에너지는 34년 만에 발전 비중이 13배로 뛰었다.

2045년 기준 국내 발전설비 용량은 1억5000만kW다. 이 중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34년 4000만kW를 넘어섰고, 2041년에는 5000만kW를 돌파했다. 이후 4년 만에 설비용량이 6000만kW를 넘어서면서 전체 에너지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겼다.

가장 많이 늘어난 설비는 역시 풍력이다.

풍력은 1320만kW로 전체 신재생에너지원 중 1위를 차지했다. 자원 잠재량이 많은 경북과 강원도에서 개발이 활발했고, 특히 서남해와 전남, 제주 등지에서 고정식과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잇달아 건설되면서 용량 확대를 이끌었다.

풍력의 뒤를 이은 태양광은 약 1080만kW가 건설됐다. 보급 초기 전남 등 일부지역에서 육상 중심으로 설치되던 태양광은 2018년부터 저수지와 담수호, 해상에 설치가 대폭 확대되면서 설치량이 급증했다. 계통안정화 기술 개발로 계통 접속 허용용량 제한이 사라진 점도 태양광 확대에 힘을 실어줬다.

2012년 기준 풍력과 태양광은 각각 2.2%, 2.7%를 차지해 합쳐도 채 5%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두 설비 비중이 각각 22%, 18%로 확대되면서 전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40%를 차지했다. 바이오에너지와 폐기물에 대한 규제가 매년 강화됨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의 설비비중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공사 관계자는 “30년 전만해도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은 고작 3%에 불과했고, 30%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이미 유럽은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100% 공급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현재 부유식 해상풍력사업과 해상태양광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2056년까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6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원전과 석탄화력의 발전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30년 각각 27%, 24%였던 원전과 석탄화력의 발전 비중은 올해 12%, 9%로 줄었다.

▲차량 2대 중 1대는 전기차

마침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1%에도 미치지 못하던 전기차 판매비중은 50%를 넘어섰고, 반대로 내연기관차는 20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2016년을 기준으로 전기차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내연기관차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차의 기술발달로 내연기관차보다 성능이 좋아지고, 고질적인 주행거리, 충전문제 등이 해결되면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앞으로 내연기관차는 급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2030년부터 시행해 온 내연기관차 규제 정책으로 인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2021년부터 유럽연합(EU)은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자동차 한 대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95g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밝혔고 올해는 km당 30g 이하로 낮췄다.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 2016년만 해도 판매기준이 km당 130g 수준이었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를 충분히 팔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기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는 자동차세, 고속도로 통행요금, 공용주차장 이용요금 등이 전기차보다 많이 부과되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 자동차 제작사들은 너도나도 새로운 전기차를 내놓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기술의 진화로 인해 10kWh의 배터리만으로도 5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흔해졌고, 옵션으로 무인주행 모드를 추가할 수도 있다.

또 이동하면서도 충전이 가능한 무선충전 시스템을 구매하는 운전자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가격은 유선충전보다 비싸지만 이용이 간편해 인기다.

한편 2030년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꾼 제주도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전기차를 넘어서 제주를 오고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전기항공기로 바꾼다고 밝히고 최근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온실가스 감축, CCS 효과 ‘톡톡’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와 IGCC(석탄가스화발전) 기술이 온실가스 감축 대표기술로 국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 전체 저감량의 19%를 CCS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부터 CCS기술개발에 나선 우리나라는 2010년대 중반 하동화력과 보령화력에서 처음 10MW 규모로 실증을 시작했다. 이후 20여 년간 실증플랜트의 용량을 50만kW로 늘린 뒤 최근엔 100만kW까지 상용화하는데 성공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CCS는 화력발전소 등에서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지 않고 물리·화학적인 기술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만 분리한 뒤, 이를 압축해 검증된 저장소에 저장하는 기술로, 이산화탄소 포집뿐만 아니라 수송과 저장이 중요하다.

때문에 정부는 2020년부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위해 해양 정밀탐사작업을 수행했으며, 결국 동해안에 100억톤 규모의 저장부지를 확보함으로써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게 됐다.

CCS는 지난 2020년 신기후 체제가 시작되면서부터 시장이 점점 커져왔다.

CCS관련 시장 규모는 현재 500조원 이상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IGCC(석탄가스화복합발전)도 온실가스 저감기술로 유력한 저감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IGCC는 고온·고압에서 석탄이 산소·수증기와 반응해 생산된 합성가스(CO+H₂)를 정제, 이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발전연료로 사용하기 어려운 저열량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우리나라는 국책과제로 2016년 처음 태안화력에 30만kW급 실증플랜트를 준공한 후 2020년부터 시장이 크게 성장해 왔으며, 현재 500만kW 설비가 운영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1억kW에 달하는 IGCC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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