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황진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세상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소통이 강화되고 배려가 우선시 되는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와도 일맥상통 한다. 과거 정부와 국민은 단순히 일방향(1.0) 또는 양방향(2.0) 으로 소통하는 관계가 맺어져 있었다. 그러나 ‘정부 3.0’ 정책이 추진되면서 국민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시대를 원해 소통을 강화한 것처럼 에너지기술도 소통으로부터 혁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은 사전적인 의미로 ‘막히지 않고 잘 통함’을 뜻한다.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원하는 바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다. 요즘같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소통이란 단어는 듣기에나 좋은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것 이라고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작은 불편함의 감수가 큰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저는 확신합니다. 성공은 남이 시켜주는 거예요.” CEO들의 멘토라 불리는 IGM 세계경영연구원 전성철 회장이 최근 발언한 인생의 성공법칙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도 주변의 도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결국 주변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마찬가지로 연구개발도 주변과의 소통 없이 연구자 본인이 스스로 잘났다고 해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에너지기술개발에서 가져야 할 소통의 첫걸음은 사용자 입장에 서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된다는 것은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보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처음에는 어지럽고 힘들겠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 또한 정보를 공유하는데 인색하면 안 된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을 때 대화는 이어질 수 없다. 에너지정보를 적정수준 공개해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상대방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직접 찾아가 필요한 정보를 설명해주고 애로사항을 청취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일을 결코 번거롭고 귀찮은 것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소통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지만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의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 결국 소통은 나를 위한 일이 될 것이다.

이미 에너지기술이 공급기술과 수요관리기술로 구분되면서 소통의 첫걸음이 시작됐다. 에너지를 공급받는 기술과 공급받은 에너지를 수요관리하는 기술로 이분화한 이 구분체계는 사용자 시각에서 필요한 기술을 그룹화 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이 보다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로드맵, 국제기술 동향, 통계 등을 공개해, 이제 클릭 한번이면 누구나 에너지 전문가와 동일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역사와 전통의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사건이 있었다. 조작도 문제였지만 이후 소비자들에게 신속하고 투명하게 사태를 수습하지 않아 불신과 불만이 증폭된 것이다. 폭스바겐은 규제당국이 이 사실을 공표할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 했으며, 정확히 어떤 차량이 조작된 것인지 발표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정확히 추산할 수 없는 상당한 수준의 손실을 입었다. 소비자를 무시한 소통부재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대기업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이다.

소통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어렵고 귀찮은 일일지 모른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득이 없는 상대방을 위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사용자 중심의 사고를 함으로써 평소에는 깨닫지 못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기신문의 창간 5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 국내외 에너지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최신정보의 신속한 전달로 세계 최고의 전기‧에너지분야 언론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황진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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