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기 한국신재생에너지 학회장
윤형기 한국신재생에너지 학회장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뉴욕 유엔본부에서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175개국이 ‘파리협정 고위급 서명식’에 참여한 것이다. 파리협정은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비준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넘기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6월 1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션 이노베이션(Mission Innovation)’ 의 제1차 장관 회의가 열린다. 파리총회 기간 중에 청정에너지 혁신을 가속화할 목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한국 등 20개국 정상이 결성한 미션 이노베이션은 5년 내에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한 공공 투자를 두 배로 늘리고 기업이 혁신을 선도하도록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는 저탄소 시대로 거대한 이행을 진행 중이다.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국가 목표를 제시했던 우리 정부도 미션 이노베이션 참여국에 걸맞게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8월까지 세부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박대통령이 파리 총회에서 2030년까지 제주도를 탄소제로섬으로 만들겠다고 언급하면서 제주도가 주창해온 2030년 탄소제로섬 비전도 중앙정부의 주요 사업에 포함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저탄소 체제로의 이행이 여전히 요란한 구호에 그치는 듯하다. 한국은 현재 석탄 수입량 세계 4위, 석탄 소비량 세계 7위이다. 더군다나 정부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증가시킬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한편, 2030년까지 제주도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하면서도 2035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11%는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둘 분위기이다.

OECD 회원국 중 절반정도는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이 11%에 도달했거나 초과하였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1차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4.1%라고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1%라고 소개하고 있다. 2035년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국제 기준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8%도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한국은 OECD 34개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낮지만 이대로 가면 2035년이 되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따져보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더 확대하지 않으면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실질적으로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원전의 비중이 매우 높고 정부 계획대로 원전을 추가 건설하기도 쉽지 않다. 석탄발전소에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CCS)을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불확실할 뿐 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정부가 진정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제주도를 탄소제로섬으로 만들 정도로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에 적극적이라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부터 수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두 배로 높여서 2035년까지 적어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정부는 미션 이노베이션 참여를 통해 청정에너지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려고 하듯이 다른 주요국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해야 한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비용이 크게 낮아져 보급을 두 배로 늘인다고 해도 추가적인 부담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인구가 조밀하고 험준한 산지가 많아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불리하지만 미래 목표를 앞당겨 실현한다는 각오로 보급 목표를 높여야 한다. 태양광 보급은 이미 가속도가 붙고 있고 막대한 잠재량을 갖고 있는 해상풍력 보급도 더욱 가속화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데 조류, 파력, 온도차발전 등 조만간에 상용화될 다양한 해양에너지 기술이 있다.

사실 이런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은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이미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때 전문가들이 혁신안으로 제시한 바 있고 제주 탄소제로섬 계획에서는 훨씬 더 강력한 계획들이 추진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할 수 없다면 저탄소 시대로의 이행은 불가능하다. 민·관·학이 협력하고 집중한다면 우리나라도 2035년 신재생에너지 20%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가능성이 희박한 우회적인 저탄소 경로를 찾느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정공법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장애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힘을 모아야 한다. 기후변화 전략 수립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상향 조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하더라도 지금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우리가 후손을 위하는 가장 귀중하고 시의 적절하고 경제적인 투자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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