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주) 대표이사
박규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주) 대표이사

전국에서 가장 핫스팟인 제주생활은 바람과 친해져야 한다. 비에 젖은 벚꽃을 미안한 마음으로 살며시 즈려 밟고 걷던 출근길의 행복도 잠시, 어느 새 창밖은 바람에 출렁이는 푸른 보리밭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제주이기에 누리는 안복(眼福)에 감사하며, 한 편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여유와 바람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한다.

내륙만큼 심하지 않고 바람이 세게 불면 날아가 버리지만, 제주에서도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 예보가 종종 있다. 나는 눈이 커서 그런지 미세먼지에 아주 민감하다. 먼저, 눈이 뻑뻑해진다. 언론은 꼭 정품의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라고 당부하지만, 그 위험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나가면 주위에서 흘낏 쳐다본다. 쓰고 나갔다가 벗어 버리곤 한다. 2007년부터 2년간 북경에서 근무할 때에도 유사한 경험을 하였다. 당시 겨울이면 집단 난방에 사용하는 석탄 때문에 대낮에도 달을 보고(해가 뿌옇게 달처럼 보이는 현상), 아니면 달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쁜 상황이지만, 지금과 달리 당시 마스크를 하는 중국인은 거의 없었다.

지난 해 9월 친환경과 고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기업의 탐욕이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조작 프로그램이 발각되어 클린디젤의 신화가 깨지면서 온 세계가 경악하였고, 천문학적 배상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망각을 잘 하는 우리네 정서는 이 문제를 오래 전의 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규제당국이 적절한 대응과 조치는 잘 하고 있는지 큰 소동만큼이나 대책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는 같다. 우울한 얘기는 다른 나라에서는 同社의 디젤차량 판매가 급격히 줄었는데, 우리나라는 세일 영향으로 판매가 오히려 늘었다는, 그래서 외국인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가십성 기사만 기억이 난다. 정말 나만 싸게 사면 그만이고, 타인의 건강은 관계없다는 것인지 참으로 어이없는 현상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자동차 친환경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추세이다. 연비를 올리던지 CO2 발생량을 줄이든지 대체로 미국과 유럽, 중국까지 2020년까지 연비 및 환경규제를 25%이상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환경강화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공해와 무관한 전기차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외 유수기업이 앞 다투어 자율주행, 스마트 카 진출을 선언하는 이유이다.

미세먼지 나아가 초미세먼지(pm 2.5)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곧잘 얘기한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너무 작아서 호흡기로도 걸러 내지 못하는 초미세먼지가 혈관을 타고 뇌로 들어가면 치매를 유발하거나 심장에 침투하면 부정맥, 심하면 암을 유발한다고 한다.

장황하게 미세먼지를 얘기한 것은 문제에 대한 본질적 대책의 부재를 말하고자 함이다. 실제로 초미세먼지를 비롯한 미세먼지의 50~70%는 경유차 배출가스 등 국내에서 발생된 것이라고 2013년 환경부 조사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경우 중국 쪽만 쳐다보고 푸념을 하곤 한다. 그렇다. 황사의 진원은 중국이나 몽고가 맞다. 하지만, 우리 몸에 더 치명적인 미세먼지는 먼저 국내에서 원인을 찾고 중국에게 항의하는 게 순리다.

문제의 원인을 알면 바른 처방이 가능하다. 그런데 웬 지 우리의 대기환경오염 대책은 미봉에 그치고 뒷북만 치는 같다. 언론인과의 저녁자리에서 언론이 이런 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경유차 메이커에 광고신세를 지기 때문이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정책에 의해 경유차량이 늘어 나 전체 차량의 41%나 차지해서 그렇다면, 더 큰 문제다. 영국처럼 경유차의 도심 진입에 벌금을 매기거나 일본처럼 경유 화물차의 도심 진입을 우선 금지하는 등의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2017년부터 운행 중인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질소 산화물에 대한 배출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가 있으면, 적시에 대처하는 게 정부의 역할임은 말 할 나위 없다. 규제에 대한 논의가 연일 되고 있고, 심지어 물에 모두 빠뜨린다고도 한다. 규제는 엄격하게 적용할 때와 유연성을 발휘할 경우가 있다. 행정이 모는 것을 규제하고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민건강과 직결된 미세먼지 문제는 가장 엄격하게 규제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메이커나 관련 단체의 눈치를 볼 때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수도권 대기오염 물질의 절반 이상을 배출한다는 노후 경유차량의 환경기준 초과여부를 조사하고 규제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들에게 마스크나 쓰라고 할 것인가? 그 것 마저 정부 부처 간 칸막이 행정에 따른 뒷북예보로 미세먼지를 더 마시게 하였다니. 누구를 위한 행정이고 규제인가. 해결책은 국민의 관점과 시야에서 본질을 직시하는 제대로 된 계획과 이의 철저한 실행에 있다. NATO(no action, talking only)의 전시용 보고가 아니라 실사구시의 실천(Doing)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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