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 있다면 바로 한전이다.

전 세계 경기침체로 조선, 철강, 전기전자 등 많은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고, 일부 기업들은 적자전환을 걱정하고 있지만 한전은 지난해 1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과 13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맞고 있다.

그 결과 산업계를 중심으로 전기요금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도 전기요금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많은 경제전문가들도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전 내부에서조차 과도한 영업이익으로 인해 판매시장 개방 논의가 본격화될까 하는 우려에서 전기요금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력산업의 많은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전기요금 인하를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한전의 재정건전성 때문이다. 한전의 연결재무제표상의 부채는 109조원에 이른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 1년 동안 내는 이자가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의 30%가 넘는 돈을 이자 갚는데 사용하는 꼴이니 전기요금을 인하하기보다는 부채를 갚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또 한전의 높은 이익은 한전이 영업활동을 아주 잘해서 거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는 반대로 한전이 지난 수년간 적자를 기록한 게 영업활동을 못했기 때문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전력시장제도가 잘못 설계돼 과거에는 민간발전사들이 한전 몫까지 가져간 반면, 지금은 한전이 발전사들의 몫을 다 가져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또 앞으로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많은 것도 고려돼야 한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정부는 아직 시급성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에너지신산업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석탄을 LNG로 연료전환 하는 게 불가피하다. 정부는 당장 연료전환을 통해 LNG발전을 늘릴 경우 전기요금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연료전환이 필요하고, 그 비용이 전기요금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전기요금 인하 논의는 너무 단시안적인 것이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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